스님 법문

[동지기도] 12월 22일 동지기도 회향 법문 2019-12-22

 

  

동 지(冬至)

 

 

    안녕하세요. 날씨가 푹하죠. 오늘이 무슨 날이죠? 동지입니다. 동지에 날씨가 이렇게 푹하면 다음해 잡병이 많이 돌아 농사가 흉년이 든다고 하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든다고 하는데, 날씨가 따뜻하지요. 우리의 바람은 풍년이 들어서 나라가 편안하고 세계가 다 편안했으면 하는 거지요. 그렇지 못한 것도 우리들의 업인 거 같아요. 이 세상의 날씨도 우리가 온난화를 시켜서 날씨가 푹한 거고요. 겨울 날씨는 무조건 추워야 해요. 봄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더워야하고요

 

    동지도 세시풍속에 속하는 거예요. 우리는 보통 설, 대보름, 단오, 추석을 잘 지키죠.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 아직까지 잘 지키고 있어요. 전통은 미래의 스승이라고 했어요. 아직 설도 지내고, 대보름도 지내잖아요. 단오도 추석도 지내죠. 또 시월상달에는 햇곡식과 햇과일을 조상께 올리고, 팥떡을 해서 제사를 지내죠. 그래서 시월상달의 제주는 다 안주인이 하는 거예요. 조왕신에게도 올리고, 성주신에게도 올리고 고방신(곳간에 쌀 등 물건을 재놓는데, 그 곳간의 신이 고방신)에게도 올리고, 장독에도 신이 있어요.

 

    정화수를 떠놓고 장원급제하라고, 요즘 같으면 서울대학 가라고 아주 정성을 드리고. 조왕신도 있고, 정낭신도 있어요. 정낭신은 화장실에 있는 신이에요. 화장실에 노크하고 들어가죠. 정낭신은 머리카락을 세고 있는데, 노크 없이 들어가면 그 숫자를 잊어버려 화가 나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화장실에서 다치면 약도 없어요. 그래서 정낭신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또 일을 보고 손을 안 씻으면 호법 신장들이 싫어해서 따라다니질 않아요. 항상 정갈하게 해야 되요. 호법 신장이 화가 나면 그 사람을 엎어지게 하거나 고생을 하게 만든다고 해요. 항상 신들을 모시는 건 안사람들에게 달린 일이었어요

 

    동지 긴긴 밤, 밤이 제일 길고 낮이 짧다고 하죠. 오늘이 지나면 해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진대요. 설은 네 번 지냅니다. 동지 지나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지요. 또 신정, 구정 그리고 입춘이 지나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지 때 새알심을 넣은 팥죽을 안 먹으면 나이도 안 든다고 해요

 

    예전에는 옹심이를 나이 수대로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십진법으로 10살에 1개씩 드세요. 삼천동자가 1번 구르면 1,000년 산다고 하는데, 우리는 20대는 2개만 먹고, 10, 애기는 1개만 먹어도 되요. 90대는 1/9만 드세요. 목이 메면 안 되니까요. 적당히 자기 분에 맞춰서 드시는 게 제일 좋아요. 음식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요. 오늘도 먼저 잡수려고 하지 말고 노인네들 잘 드시게 하고, 젊은 분들은 좀 천천히 줄 서서 드시는 게 좋아요. 잘 드시고 올해도 무탈하게 건강하세요. 빨간색은 양색이기 때문에 음기를 쫓는데 가장 좋은 게 팥이에요. 우리가 좋은 날에도 팥밥 해먹죠. 그래서 안택해서 조상들에게 올릴 때도 팥떡을 하는 거예요. 악귀를 쫓을 때는 붉은 색을 사용해요. 악귀들이 붉은 색을 아주 무서워해요. 여러분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손가락에 뭘 붙여요? 봉숭아물을 들인다든지, 붉은색 매니큐어를 칠하잖아요.

 

 

<동지의 유래>

 

    동지는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에요. 첫 번째는 입춘이에요.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며 24절기 중 가장 큰 명절이에요. 절에서도 백중 다음에 신도님들이 가장 많이 오는 날이 동짓날이에요. 그래서 옛날사람들은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고 해요.

 

    그래서 중국 주()나라에서는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 날부터 점점 따뜻해진다고 해서 이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역격의 복괘(復卦)11,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같은 의미로 본 거예요.

그래서 동지를 陽始生之日(양의 기운이 비로소 시작되는 날)이며, 다음 해가 시작되는 날(亞歲), 작은 설이라고 해요.

 

    동짓날 팥죽을 먹는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전하는 설이 있어요. 매년 말씀드렸죠.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재주 없는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疫疾)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하여 팥죽을 쑤어 물리친 것이다.” 라는 기록이 있는데, 팥의 붉은 색이 축귀(逐鬼)와 벽사(辟邪) 즉 귀신과 삿된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거예요. 또 뱀이 자꾸 나타나면 뱀 사자를 거꾸로 써서 붙였다고 해요.

 

    집을 짓고 물 수자를 거꾸로 붙여놓으면 화재를 방지한다고 하지요. 물론 네 기둥에 소금을 묻는 경우도 있어요. 물과 불은 상극이잖아요. 그래서 불이 나면 물로 꺼요. 해인사 같은 곳은 소금을 묻는 풍습이 있고, 저희는 물 수자를 거꾸로 붙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당에 올리고 방마다 한 그릇씩 놓아두었는가 하면, 대문과 벽에 뿌리기도 했어요. 그래야 한 해 병과 탈이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어요.

 

    또 하나 우리나라의 전설이에요. 신라시대 선덕여왕이 황룡사에서 예불을 드리는데, 지귀라는 사람이 여왕을 사모해 고백하자, 여왕은 황룡사 9층탑 앞에서 예불하는 동안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불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죽은 지귀가 남의 집과 재산을 태우는 악귀가 되었고, 사람들은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고 해요. 이것은 팥죽의 축귀(逐鬼) 기능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거예요.

 

    또 하나의 유래는 마하사에 관계된 것입니다. 설화입니다.

   동짓날에는 절에서 팥죽을 쑤어 대웅전이며, 나한전 등에 공양 올리고 온 대중이 팥죽으로 공양을 합니다. 그런데, 동짓날 아침, 마하사의 공양주 보살은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어요. 주지스님은 급히 공양주를 깨웠습니다. 세상모르고 늦잠을 자던 공양주 보살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황급히 부엌으로 갔어요. 옛날에는 성냥도 없었고 따로 불을 켤 재료가 없었기 때문에 화로나 아궁이 불씨를 간직했다가 아침에 다시 불을 지피곤 했는데, 늦잠을 잔 바람에 아궁이 불씨마저 다 사그라지고 재만 남아 있었어요. 공양주 보살은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이때 절 아래 동네에 사는 김 서방네 집이 생각났어요, 공양주 보살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쌓여있는 눈을 헤치고 김 서방네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러자 "아까 행자님이 오셔서 불씨를 얻어 갔는데 불이 또 꺼졌나요?"

"행자님이라뇨? 우리 절에는 행자님이 없는데요."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해서 불씨를 얻어서 부리나케 절로 왔어요. 가까스로 절에 도착한 공양주 보살은 깜짝 놀랐습니다. 부엌 아궁이에서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었던 거예요.

 

    공양주 보살은 팥죽을 쑤어 대웅전에 공양 올리고 나한전으로 가지고 갔다가 또 한 번 깜짝 놀랐어요. 공양주를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고 계시는 나한님의 입에 붉은 팥죽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한님의 입술은 빨갛답니다. 그 이후 공양주는 절대로 늦잠을 자지 않았대요.

 

    이렇게 말씀드린 것은 선에 대한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동짓날 팥죽이야기(()의 세계를 알리기 위한 설화)>

 

    중국 무착선사가 오대산 문수보살을 친견코자 정진하였으나 마음에 집착함이 남아있어 문수보살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겠음을 한탄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앙산선사의 문하에서 더욱 정진하여 깨달음을 이루었어요. 어느 동짓날 무착선사가 팥죽을 쑤고 있는데 홀연히 가마솥 팥죽위에 문수보살이 나타났어요. 무착은 팥죽을 쑤던 주걱으로 문수보살을 후려갈겨 버렸어요. 이에 놀라 문수보살이 무착! 나 문수일세.”라고 거듭 말하였으나 무착은 문수는 문수고 무착은 무착일 뿐이다.”라고 하였어요. 이를 통해 무착은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선의세계를 보여 주었다는 일화입니다.

 

    옛날에 사찰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동짓날 팥죽을 쑤는데, “스님들이 가마솥 속에 들어가서 배를 타고 노룰 저으며 팥죽을 끓였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물론 과장된 이야기지만 이를 통해 동짓날 행사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어요.

 

    팥죽은 1년 내내 무장무애하고 무탈하고 아무 재앙이 없게 하기 위해서 방편으로 먹는 거예요. ‘365일 팥죽만 먹으면 재앙이 없겠네요.’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니에요. 마음을 잘 써야 재앙이 없는 거예요.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 마음을 잘 쓰면 장애도 없고, <유구(有求)면 유고(有苦)고 무구(無求)면 무고(無苦).> 구함이 없으면 괴로움도 없고, 구함이 있으면 괴로움이 있다. 그래서 되도록 탐심, 진심, 치심이 없어야 장애가 없는 거예요.

 

 

<소재길상다라니 독송( 消災吉祥陀羅尼)>

 

    동지 기도는 재앙을 소멸하고 복을 가져오는 다라니를 봉독하는 기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무 사만다 못다남 아바라지 하다사 사나남 다냐타 옴 카카 카혜 카혜 훔훔 아바라 아바라 바라아바라 바라 아바라 지따 지따 지리 지리 빠다 빠다 선지 가 시리에 사바하를 염송하여 동지기도에 나쁜 기운을 씻어내고 태양 즉 비로자나불을 염불해야 합니다. 비로자나불을 찬탄하는 내용입니다. 그 뜻을 보면 두루 귀의합니다. 모든 부처님께 번뇌 없는 일체법 가르침에, 옴 카카카헤카헤 훔훔, 텅 비어있음이여, 빛이여 빛이여, 모든 것을 비추어 주소서, 일어나소서 모든 별 들이여, 나타나소서 재앙을 소멸하는 상서로운 빛들이여, 이루어지게 하소서.”

 

    차에 탈 때 <대방광불화엄경> 7, <해원결진언(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7번 하시고, <불설소재길상다라니> 7번 하면 사고도 무마해요. 우리가 기도한다든지 주력하는 것은 하나의 방편이에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선 여러 가지 방편이 있잖아요. 참선을 한다든지, 염불을 한다든지, 주력을 한다든지 이것도 또 하나의 방편인데, 위처럼 한다면 사고는 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너무 빨리 달리면 빨리 가시는 거예요. 부처님께서 소재길상다라니를 잘 받아 지니고 독송하는 자는 팔만가지 상서로운 일을 성취하고 팔만가지 상서롭지 못한 일을 없앨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동지기도에 이 다라니를 지극 정성으로 독송하여- 동지 때만이 아니라 항상 일과로 삼으셔야 합니다.-, 나쁜 기운을 씻어내고 태양 즉, 비로자나불을 가슴에 품어 재앙이 오기 전에 사라지게 해야 합니다.

 

    또한 불가(佛家)에서 동짓날 부처님께 팥죽을 올리는 의미는 부처님의 가피로 모든 악귀를 몰아내는 원화소복(遠禍召福)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이웃과 함께 나누는 나눔의 행사입니다.

 

    “원화소복이란불교에서 말하는 고(괴로움)를 여의고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이고득락(離苦得樂)과 같은 의미에요.

화와 복을 차별 분별하지 않고 똑같이 대한다.

화와 복모든 것에 무심하고 마음을 비우는 기도

화와 복에 끄달리지 않고 깨어 있어야 함

 

怨因德彰(원인덕창) 원망은 덕으로 인해 나타나니

     덕이 부족한 사람은 투덜이에요. 덕이 있으면 절대 원망하지 않아요. 자업자득이에요

     내가 선한 업을 지으면 선한 보를 받고, 악업을 지으면 악한 보를 받는다는 거예요.

故使人德我(고사인덕아) 남들로 하여금 나를 덕 있다고 여기게 하기보다는

     그래서 초발심에 <무덕이 피찬실은 오참괴라(無德而被讚實吾慚愧)> 라는 말이 나와요.

     나는 한 것이 없는데 자꾸 칭찬받으면 서로 미안하죠. 그런데 그걸 자랑삼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부끄러운 줄 알라는 얘기예요.

不若德怨之兩忘(불약덕원지양망) 덕과 원망 양쪽을 다 잊게 하는 것이 나으며,

     덕도 원망도 없는 게 낫다는 얘기에요

     무해무덕하게 평상심대로 하는 게 좋다는 얘기에요.

仇因恩立(구인은립) 원수는 은혜로 인해 생기느니

故使人知恩(고사인지은) 남들로 하여금 나의 은혜를 알게 하기 보다는

不若恩仇之俱泯(불약은구지구민) 은혜나 원수를 모두 없애는 것이 나으리라.

<채근담(菜根譚)>

 

무사시귀인(無事是貴人) 이란 말이 있죠. 일 없는 사람, 깨달은 사람이 귀한 사람들이라는 임제록에 나오는 말이에요. 원망, , 원수, 은혜 다 사람들이(本人) 만들어 낸 일이니 무심하게, 평범하게, 일 없는 것만 못하다는 내용이에요.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는 뜻을 잘 음미해 봅시다. 악도 내가 만들고 선도 내가 만든다는 얘기에요. 선악을 분별하지 말고, 평상심 그대로, 무심하게 일없는 사람이 귀한사람이듯이 평상심대로 하시란 얘기에요.

 

 

<팥죽(豆粥)>

 

復月霜雪至(복월상설지) 동짓달에 서리와 눈이 내리니

田家寒事畢(전가한사필) 농가에는 월동 준비를 마쳤다.

瓦釜鳴豆粥(와부명두죽) 오지솥에는 팥죽 끓는 소리

食之甘如蜜(식지감여밀) 먹으니 그 맛이 꿀처럼 달구나

<이응희(李應禧) “옥담유고에서>

 

  <농가월령가>에 보면 동지는 명일이라 一陽일양이 생하도다(햇빛이 난다). 時食시식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책력 반포하니 절후 어따한고.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동지는 밤이 제일 긴 날이고, 내일부터는 노루꼬리만큼 낮이 길어져요. 양의 기운이 점점 늘어난다. 동지때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어요. 수륙재 때 올리는 팥죽을 두탕(豆湯)이라고 합니다. 오늘 팥죽 적당히 드세요. 일이 잘 안될 때는 팥을 올려 여럿이 나누면 좋아요. 팥죽 드시고 내년에는 무장무애하십시오.